투자에 있어서 '방심'은 가장 큰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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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한 지역은 봄, 여름, 가을 열심히 노력하고 곡식을 모아야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곳간을 채우고, 땔감을 미리 준비해놔야 추운 겨울에 배곯지 않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4계절이라는 것이 사이클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사이클은 분명 존재한다. 그 사이클의 종류는 여러 개다. 개인의 역량 또는 운에 의한 사이클이 있을 수 있고, 거시적 마켓 사이클, 산업의 사이클, 기업의 이익 사이클, 주가 사이클 등 다양한 사이클이 있다. 4계절 분명한 우리나라의 생활처럼 모든 사이클도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개인의 사이클을 예로 들었을 때, 사는 주식마다 족족 오르는 경우를 가끔 겪을 수도 있다. 운 좋은 사람은 연속으로 몇 번 그럴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이 충만해지면서 레버리지를 쓰기도 한다. 처음에는 가볍게 마이너스통장 정도 쓰면서 '역시 나야' 하고 투자를 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며 더 자신감이 붙으면 집 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까지 끌어다 쓰면서 투자를 하게 된다. 그러다 아주 잠시 잠깐의 위기에도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아웃 당한다. 봄, 여름, 가을까지 이어지는 행복의 순간에 겨울을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의 사이클을 예로 들었을 때, 어떤 산업이 무한정으로 커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VR, 코로나 때의 온라인 마켓, 3D프린터, 수소, 전기차 등). 그리고 커지는 속도도 현재의 속도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가 위기이다. 어떤 한 시장이 매년 20% 속도로 커진다고 가정한다면, 20년 후에는 약 38배 커지게 된다. 그런 산업은 드물다. 빠르게 커진다고 가정하고 주식투자를 했는데 그 속도로 커지지 않고, 사람들이 실망한다면? 주가는 조정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업가의 경우도 무분별한 과잉투자로 이어지는 경우, 기업 존폐의 갈림길에 선다.
지금의 전기차를 볼 때 시장이 무한정, 지금과 같은 속도로 커질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생각보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는 느릴 것이다(매년 2배씩 커지지 않음). 과거 1~2년 전기차 성장세가 코로나 때문인지, ESG 유행 때문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잘 바뀌는 것인가?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미국만 보더라도 신재생에너지가 최근 몇 년 유행처럼 번졌지만 누가 정치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에너지 계획은 쉽게 바뀔 수 있다.
기업의 이익 사이클은 더 진폭이 크다. 20년 치 기업 실적은 가끔 돌려보는 편인데, 20년간 꾸준하게 성장하는 기업은 잘 없다. 항상 업 다운이 있다. 성장을 하고 이익을 많이 내다보면, 경쟁자가 나타나고 경쟁자를 몰아내기 위해 저가 경쟁을 유도하기도 하며 기업의 이익을 갉아먹는다. 정책 전환이나, 신규 투자, 기업 내부 갈등, 연구개발의 지연, 유행의 전환 등으로 인해 기업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다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탄력적으로 살아날 수도 있다. 기업은 그렇게 적응하며 성장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거시적인 마켓 사이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금리, 환율, 통화량,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마켓 사이클에 영향을 준다. 그중에 기업, 산업, 가계, 정부 등 모든 것에 정말 정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금리'이다.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라는 것으로 경제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한다. 워런버핏은 금리를 중력으로 표현했다. 자산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중력이라고 표현했다.
금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수익률에 대한 비교군이다. 부동산, 주식 등 수익률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금리와 비교한다. 대출금리가 3%일 때는 투자수익률이 4%~5%짜리들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6%일 때는 투자수익률 4%~5%짜리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대출받아서 투자하면 손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가 감소하고, 생산이 감소, 고용도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금리를 컨트롤하고, 과열된 경기를 식히는 역할을 미국 연준에서 하고 있다(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5% 넘게 끌어올렸고, 제로 금리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던 수많은 자산과 투자안들이 소위 말하는, 그리고 극단적으로 말해 '쓰레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쓰레기 투자안들이 매력적으로 다시 보이려면 가격이 내려오거나 금리가 다시 내려오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가격 조정은 거의 없다. 미국 주식, 한국 주식할 것 없이 큰 조정 없이 오히려 전고점을 회복하거나 넘어서는 것들이 많다.
방심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2년물과 10년물 국채)가 역전된지 벌써 1년이 넘게 지나다 보니, 사람들이 익숙해진 것 같다. 침체가 '전혀'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 침체에 대한 망각. 그러나 몇몇 국가들은 벌써 침체 기운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만 좋은 상태인데, 영국과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중국까지 안 좋아지는데 미국만 마냥 좋을 수 있을까?
1년 2개월 정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유지되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이 부분을 생각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미국의 경우 침체 없이 스무스하게 지나가고 인플레이션이 2%로 내려가 주면, 기준금리도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 연준이 자연스럽게 2%대로 내려줄 것이고, 그럼 다시 주식과 투자자산들의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naive한 생각 때문인 듯하다.
내 개인적으로 침체는 99% 올 것 같다. 그러나 그 침체의 깊이는 모르겠다. 얕은 침체일지 깊은 침체일지, 미래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이클이 없을 수는 없다. 기준금리를 역사상 이정도로 빨리 올린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적어서 공부하기도 어렵다.
(역사적으로 위기의 순간들을 뒤적뒤적 해봐도 코로나 이후 짧은 침체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돈 풀기 이후 다시 긴축의 순간은 처음 있는 일이니까)
근데 대개 방심했을 때는 무슨 일이 난다.
매출이 몇백억원도 안 되는데 시가총액은 수조원인 회사가 수두룩하다. 시가총액 1조원을 만족시키려면 최소 5년 안에 영업이익 500억원, 당기순이익 400억원 정도는 거뜬히 벌어야 한다. 시가총액 3조원은 영업이익 1,500억원, 당기순이익 1,200억원은 벌어야 그 정도 시가총액을 만족시킬 수 있다.
지금 매출액 100억원~200억원도 안 하는 기업들이 과연 5년 안에 그런 스펙터클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글쎄...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믿을 수 있는 건 '기업의 이익' 뿐이다.
흔들리지 말고 기업의 '펀더멘탈'을 생각해야 한다.
'성장과 이익의 질'을 모두 고려하여 투자해야 한다.
항상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위기를 대비하던 삼성과 그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그룹과 기업이 되었으니 아이러니 하다.
투자에 있어서도 방심은 금물이다.